자폐 환자 뇌 속 공포 기억, 기초과학연구원이 밝힌 비밀

자폐 환자의 공포 기억, 뇌에서 왜 사라지지 않을까?

자폐 환자의 일부는 과거의 공포 경험을 쉽게 잊지 못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불안과 공포 반응을 지속적으로 보입니다. 기초과학연구원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은 자폐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이 같은 증상의 뇌 속 원인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습니다. 연구진은 공포 기억을 조절하는 핵심 뇌 부위인 ‘기저편도체’가 자폐 환자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자폐 환자 뇌 속 공포 기억, 기초과학연구원이 밝힌 비밀
   

공포 기억을 지우는 열쇠, 기저편도체의 역할

자폐 유전자 변이를 가진 생쥐 실험에서, 위협 상황 후에도 기저편도체의 흥분성 신경세포가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공포 기억이 소거되지 않고, PTSD와 유사한 장기 불안 반응이 유발되었습니다.

반면, 이 신경세포를 인위적으로 자극하자 공포 반응이 정상화되어 불안 증상이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기저편도체 활성 조절이 치료의 핵심임을 보여줍니다.

기저편도체 흥분성 신경세포의 활성에 의해 조절되는 공포 기억의 소거 및 장기 공포 반응
▲ 기저편도체 흥분성 신경세포의 활성에 의해 조절되는 공포 기억의 소거 및 장기 공포 반응

정상 생쥐의 경우, 트라우마를 겪은 뒤 기저편도체의 흥분성 신경세포에서 신경 전달과 흥분도가 증가하여 기저편도체가 활성화되며, 이로 인해 공포 기억이 잘 소거되고 장기적인 공포 반응도 나타나지 않습니다(그림 좌측).

그러나 Grin2b 유전자 변이를 가진 자폐 생쥐에서는 트라우마 이후에도 해당 신경세포의 신경 전달 및 흥분도가 증가하지 않아 기저편도체의 활성화가 억제되고, 결과적으로 공포 기억 소거에 장애가 생기며 장기적으로 과도한 공포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그림 중간).

이러한 상황에서 공포 기억 소거 과정 중 기저편도체를 인위적으로 활성화시켜 주면, 흥분성 신경세포의 신경 전달과 흥분도가 증가하여 공포 기억의 소거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장기적인 공포 반응 역시 완화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그림 우측).
 

유전자에서 시냅스까지, 뇌 회로의 정밀 탐사

이번 연구는 자폐 환자에게서 실제로 발견된 GRIN2B 유전자 변이를 바탕으로, 세포와 시냅스, 뇌 회로 수준에서 원인을 규명한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전기생리학 및 화학유전학 기법을 통해 공포 기억과 신경 전달의 상관관계를 정밀하게 밝혔으며, 자폐 환자의 PTSD 유사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Grin2b-mutant mice exhibit heightened remote fear via suppressed extinction and chronic amygdalar synaptic and neuronal dysfunction
 

향후전망

이번 연구는 자폐 및 PTSD 환자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불안·공포 장애의 치료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연구진은 향후 유전자 발현 분석과 약물 작용 실험을 통해 더욱 구체적인 기전을 밝힐 예정이며, 이는 개인 맞춤형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자폐증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기초연구의 성과가 실제 치료법으로 연결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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