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본입자 존재 가능성을 밝히다
현재까지 확인된 기본입자 외에 추가 입자 혹은 힘의 존재 가능성이 커졌다. 미 페르미 연구소는 국제 공동 연구 ‘뮤온 g-2’실험의 첫 결과를 4월 8일(한국 시각) 발표했다. 연구진은 뮤온이 현대물리학의 예측과 다르게 행동함을 신뢰도 4.2 시그마로 입증했다.
* 뮤온 : 전자의 무거운 형제 격으로, 고에너지 입자들이 충돌할 때 발생한다. 약 2 마이크로 초의 수명을 가진다.
* 시그마 : 일반적으로 어떤 실험의 신뢰도가 3 시그마(99.7%)면 ‘힌트’의 범주에 들어가고, 5 시그마(99.99994%) 이상이면 ‘발견’으로 인정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 야니스 세메르치디스 단장과 연구진 등 8명은 페르미 연구소를 비롯한 공동 연구진과 함께 뮤온 흔들림을 측정해 발표했다. 이는 수십 년 간 미제로 남아있던 이론과 실험의 불일치를 확인한 것으로, 새로운 물리학을 개척할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물리학의 정수인 표준모형은 아원자 세계를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이다. 우주를 이루는 쿼크, 전자, 뮤온, 중성미자 등의 기본입자와 중력을 제외한 세 가지 힘, 그리고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서술하고 있다.
* 아원자 : 중성자, 양성자, 전자처럼 원자보다 작은 입자를 가리킨다.
* 자연계에는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 총 4가지 힘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뮤온은 이러한 아원자 세계를 비추는 거울처럼 작용한다. 강력한 자기장 하에서는 뮤온의 자석 축이 팽이처럼 흔들리고, 이 흔들림은 g 값으로 표현된다. 뮤온은 진공에서 나타났다 사라지는 무수한 가상입자들과 상호작용하므로, g 값도 그 영향을 받는다. 과학자들은 표준모형을 이용해 이 g 값을 매우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 만약 진공에 우리가 모르는 입자나 힘이 있다면, g 값은 예측과 달라진다.
* 진공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아닌, 나타났다 사라지는 무수한 가상 입자들로 채워져 있다. 이를 양자 진공 혹은 양자 거품이라고 한다.
이번 결과는 뮤온 g-2 실험을 첫 1년 간 운행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로, 뮤온 g 값을 2.00233184122로 새로 제시했다. 표준모형으로 계산한 이론값은 2.00233183620 이다.
이번 실험의 신뢰도인 4.2 시그마는 과학적 발견 기준인 5 시그마에는 못 미치지만, 여전히 강력한 증거이다. 이번 결과가 통계적 오차로부터 기인했을 확률은 4만 분의 1이다. 이는 선행 실험인 브룩헤이븐 연구소 실험(1997~2001)이 신뢰도 3.7 시그마로 제공한 힌트를 1년 만에 더 높은 신뢰도로 확인한 것이다. 현재 뮤온 g-2 실험의 2차와 3차 데이터를 분석 중이며, 4차 실험이 진행 중이다.
IBS 연구진은 이번 실험에서 뮤온 저장 고리 내 자기장을 균일하게 유지하고, 뮤온 궤도 진동 효과를 줄이는 데 기여했다. 실험의 의사 결정 기구인 기관 위원회(Institutional board)의 야니스 세메르치디스 단장은 “이번 결과는 뮤온이 표준모형에 없는 입자 혹은 힘과 민감하게 상호작용한다는 강력한 증거”라고 밝혔다. 또 “지금까지 분석한 데이터는 뮤온 g-2 실험이 궁극적으로 모을 데이터의 6%에 지나지 않는다”며 “첫 번째 실험 결과부터 표준모형과의 흥미로운 차이를 보여줬으며, 향후 몇 년 간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과는 한국 시각으로 4월 8일 0시에 발표 되었으며,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IF=8.385) 誌에 같은 날 게재되었다.
▲ 뮤온 g-2 실험의 핵심 장치인 뮤온 저장 고리 |
뮤온 저장 고리가 검출기와 뮤온 빔라인, 여타 장비들에 둘러싸여 있다. 저장 고리 내부는 섭씨 –267도로 유지되며, 고리 안의 자기장은 극도로 균일하게 유지된다. 뮤온은 뮤온 저장 고리 안에서 빛의 속도에 가깝게 저장된다.
▲ 페르미 연구소 뮤온 생성 과정 |
붉은 색 고리에서 생성된 양성자는 뮤온 g-2 타겟 스테이션으로 보내져 뮤온을 생산한다. 생성된 뮤온은 이후 주황색 선을 따라 뮤온 저장 고리가 위치한 MC1 동으로 보내진다. (Mu2e 동은 다른 실험을 위한 건물이다)
▲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에서 페르미 연구소로 이동하는 뮤온 저장 고리 |
뮤온 g-2 실험의 핵심 장치인 뮤온 저장 고리는 선행 실험인 브룩헤이븐 연구소 실험(1997~2001)에서 사용한 것을 옮겨 왔다. 이 5천 km 거리의 대이동은 2013년에 이뤄졌으며, 코일 모양을 1/4인치 이내, 평탄도를 1/10인치 이내로 유지하며 이동에 한 달 가량 소요됐다.
출처: 기초과학연구원